어느 선장이 배를 몰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다른 배가 와서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받은 배에 가 보니 사람이 타지 않은 빈 배였다. 그러니 이상하게도 화는 가라 않았다. 왜 화가 가라 않았을까?
아들 둘을 키우는 집은 난장판이다. 딸 둘은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끝임없이 뛰어 아래집 사람에게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은 안 듣고, 장난감 가게라도 지나가면 싸달라고 떼를 쓴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5분이 급한데 자기가 신을 신겠다고 하면서 하세월이다. 혼자 있으면 조용한데 둘만 만나면 싸우고 하루 종일 이런 일의 반복이다. 이제 좀 잠 들어 주었으면 하는데 눈은 말똥말똥하다. 언제 잠들지 모르겠다. 아이들 잠 재우다가 엄마가 지쳐 먼저 잠이 든다. 이렇게 매일이 전쟁이다.
아이는 빈 배와 같다. 아직 두뇌가 덜 발달된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뛰면 아래집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아무리 말해도 아직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타협하는 것도 모르고, 단지 자기 경계를 침범하여 장난감을 가져간 동생을 밀칠 뿐이다. 욕망을 제어하는 안와전전두엽도 발달되지 않아 장남감을 달라고 할 뿐이다. 이런 아이를 보면 화가 난다. 마치 빈 배를 두고 화가 가라않지 않는 사람처럼.
며칠 전에 할머니와 손자가 하는 대화를 들었다. 손자는 “우리 아버지 화나면 대단히 무섭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면 “하지 마라”, “혼낸다”, 이런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몇 번 반복해서 말해도 듣지 않으니 욱 하는 마음이 저절로 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어른처럼 생각하니 화가 나는 것이 아닐까? 아이는 두뇌가 아직 덜 발달된 빈 배와 같은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두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지금처럼 지지고 볶으며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 그렇게 키우고 그렇게 자라 성인으로 살아간다. 그래도 부모의 마음은 성숙된 인간으로 자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면 어떤 두뇌로 발달되었으면 좋을까? 나에게 묻는다면 정신적으로 안정된 인간, 즉 언제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평온한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였으면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유대인들이 잘 살고 있다. 그들의 역사를 보면 조금도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가 없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최악의 환경에서도 희망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그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시절도 있지만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희망의 빛을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유대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감사기도” 드리는 일이라고 한다. 한쪽 다리가 부러져도 다른 하나가 남아 있어 감사하다는 기도를 할 수 있는 절대 긍정의 마음을 매일 연습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 기술로부터 배우는 것은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이다. 초보 바둑 데이터로 아무리 훈련을 해도 이세돌을 이기는 알파고를 만들 수는 없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두뇌 발달은 자라는 환경자체가 빅데이터다. 편안한 마음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환경이 필요하다. 엄마가 편안하고 아빠가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이 편안한 곳이라고 두뇌에 프로그램된다. 그러면 평생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긍정적인 행동이 나오게 된다. 인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어떻게 프로그램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자식들을 키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조그만 일에도 걱정을 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엄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여 화를 자주 내었다. 우리는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행동하며 살기 때문에 그렇게 살고, 그런 빅데이터를 자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모의 성장과정이 아닐까? 내 마음이 평소에 편안한지, 작은 일에도 걱정하고 의기소침해지지 않는지 알아차리고 고쳐가는 과정이 아닐까?
산모들의 카톡방에 누구집 아이는 오늘 뒤집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뒤집기 뒤”자도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혹시 지진아는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걱정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몸이 움추려들고 의기소침해진다. 우리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그런 빅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내 마음이 편안한지? 내가 화내고 있지 않은지?
자책할 필요는 없다. 고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단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걱정할 때 내가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화를 내고 있을 때 내가 화를 내고 있음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알아차리기만 하면 변화한다. 그러면 엄마 아빠도 성장하고 아이들도 그런 두뇌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