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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심 해라”는 엄마 이야기에 대한 단상

JungTae Lee 0

90이 된 엄마가 70이 된 아들이 외출하면 하는 말이 있다. “차조심 해라”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내 나이가 얼만데 엄마 또 그런 소리를 하신다” 하고 불평해도 소용이 없다. 두뇌가 퇴화되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제 큰누나 80순 잔치에 갔다. 조금 야위었지만 역시 고운 자태이었는데,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고 거동도 많이 불편하였다. 혼자 계시는데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누나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나는 계속해서 음식을 70이 된 동생 먹어라고 챙기고 있었다. 먹는 것이 풍부하지 않았던 어릴 때부터 1남5녀인 형제 중에서 하나뿐인 남동생을 챙기던 습관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뷔페에서 음식은 얼마든지 있는데 누나 좀 드시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드려도 그 때 뿐, 조금 지나면 또 다시 누나 음식을 동생 그릇으로 옮기고 계셨다. 

평소에 누나 혼자 계셔서 이것저것 준비해서 누나집에 가서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려고 하면 하사코 손사레를 치신다. 누나 식사 한번 대접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막무가네다. 들고 갔던 선물도 대부분 반으로 나누어 다시 가져가란다. 이것을 사양하면 다툼 밖에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받아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가슴은 답답하게 느껴지고 긴 한숨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어진다고 한다. 고집이 세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뇌가 퇴화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뇌에서 대상회라는 부분이 생각을 바꾸는 사고전환(Context Switching)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기능이 퇴화하면 사고전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의 고집을 꺾으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물 자동차로 왜 새차를 못따라 가는지 불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큰누나는 이제 머지 않아 혼자 음식을 챙겨 드시고 계시기도 힘들 것 같아 보였다. 아들들은 대부분 멀리 있고, 혼자 계시니 아들 집이나 요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다. 나와 상관이 없는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일들이 이제 눈앞에 다가오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나와 함께 자랐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늙으면 몸의 여기저기에 고장이 생겨 아픔을 함께 하며 살아야 하듯이, 죽음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먼저 순간순간 알아차리지 못하면 습관대로 살게 된다. 더구나 대상회의 기능 약화로 고집이 세어진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사랑도 독이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또 두뇌 사용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훈련을 해야 한다. 정신줄을 놓는 상태가 되면 떠나야 한다. 그래서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연구를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런 일을 꾸준히 해야한다.

그래도 정신줄을 놓는 날이 올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자립할 수 없으면 이 세상을 떠나야지. 그 때까지 조력사가 법제화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안된다면 좀 독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굶어죽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평소에 각오를 다지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죽고 나면 몸은 대학병원에 기증하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1년간 학생들 실습에 사용하다가 1년 후에 화장해서 유골만 돌려준다고 한다. 그러면 평소 내가 만들어둔 비석옆에 뿌리면 된다. 

지금의 장례식은 참 허례허식같이 느껴진다.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꼭두각시 노름같이 느껴진다. 우리집안이 이렇게 막강하다는 것을 위세 하듯이 한줄로 화환을 세워둔 것이며, 의식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참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 섭섭하다면 살아서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정리하는 이별파티 같은 것을 하면 된다. 왜냐하면 두뇌가 죽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Mental Life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산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좋을지 생각하면 된다. 이별파티를 해서 산 사람들의 마음정리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행사를 하면 된다. 

우리는 거의 두뇌 신경망에 프로그램된대로 산다. 습관대로 산다는 이야기다. 늙으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서 내가 그 상태가 아닌지 순간순간 알아차리면서 살아야 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너를 사랑해서 한다”는 행동은 상대에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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