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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서비스 정신

JungTae Lee 0

집사람의 혈압약을 타러 동네에 있는 내과에 갈 때마다 기분이 상해 돌아온다. 의사는 환자가 한마디라도 하면 그에 대한 꾸중이나 반박 조로 자기말만 한다. 병원을 옮기고 싶은데 다른 병원에 가면 검사를 다시 해야 하고, 좀 거리가 멀어 병원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내가 사는 신도시에 내과 병원을 조사해 보니 10개 정도 있는데, 대부분 평판이 좋지 않아 옮기는 것도 망쓰려진다. 즉 서비스 수준이 거기서 그기인지라 옮기기도 그렇고 그래서 혈압약 타러 주기적으로 그 병원에 가는데, 병원에만 갔다오면 기분을 잡친다. 

모든 병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눈이 침침하여 안과에 가는데, 내가 가는 안과 의사는 참 친절하고 사람이 좋다. 이 안과에 다녀 오면 기라도 받은 것처럼 괜히 힘이 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경쟁할 상대도 없으니 서비스 개념은 아예 없어도 병원을 유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의사의 친절이 치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기분 좋은 의사를 만나면 병이 덜 아프고 잘 낫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통도 두뇌가 만들기 때문이다. 손이 잘려나간 사람은 당연히 엄청 아프겠다고 생각하지만 손에서 두뇌로 가는 신경을 차단하면 손이 잘려 나가도 아픔을 모른다. 고통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고 두뇌가 신호를 해석하여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뇌가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제어하는데 여기서 잘못된 제어가 반복되면 병이 되기도 할 것이다. 두뇌가 좋은 상태이면 몸의 구석구석을 제어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그 효과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똑 같은 약을 처방하더라도 친절한 의사가 주는 약이라 믿음이 가면 더 빨리 나을 수 있고, 기분 나쁜 의사가 준 약이라 믿음이 가지 않으면 낫는 것이 더딜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의사를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얼마전에 집사람이 허리 협착증이 와서 병원에 갔다. 나름대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 갔는데 MRI를 보더니 하나같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주위에 수술하고 엄청 고생하는 사람이  몇 사람 있어서 수술하기가 망쓰려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정말 너무나 많은 정보가 차고 넘치는데, 그대로 하면 망하는 정보도 많고 좋은 정보도 많았다. 즉 환자가 정보를 골라 볼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즉 이제 전문지식은 의사들의 독점물이 아니고, 정보는 차고 넘친다. 어느 정보가 옳은지 나쁜지를 골라낼 수 있도록 환자가 공부만 하면 의료지식은 의사들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 의료정보도 대부분 조사해 보면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다.  의사가 신의 경지에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면 의사도 겸손하고 서비스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니 의사들이 일어나서 파업이다. 물론 사정은 있겠지만 동내 병원의 서비스 수준을 보면 의사도 어느 정도 경쟁의 시대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검사는 검사나름으로 패거리를 지어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언론은 언론인끼리 기득권 사수에 골몰하여 세상이 어지러운 시대에, 의사들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면 이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의사들도 경쟁이 되는 환경을 갖추고 서비스 정신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의료분야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10~20년 전에는 허리 협착이 오면 MRI를 찍어보고 신경을 눌리고 있으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그렇게 수술한 것 같다. 그런데 수술을 한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그를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MRI를 찍어보면 노인들 중에 협착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 62.7%가 통증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6개월 전에 찍은 MRI 나 6개월 후의 MRI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6개월 전에는 통증이 없고 6개월 후에는 통증이 있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비가 오는 등 후유증이 큰 경우에는 수술해야 하겠지만, MRI만 보고 수술해야 한다는 치료법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사람의 경우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제 10~20년 전에 의과대학에서 배운 의료지식을 전과의 보배처럼 생각하고 의사는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물론 일부 의사는 친절을 생각하지 못한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의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스트레스는 막연한 개념이었지만 이제 스마트 와치를 사용하여 스트레스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스트레스 수치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그런 환경을 바꾸는 처방으로 많은 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고혈압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혈압이 어느 수준 이상이면 알람으로 알려 줘서, 심호흡을 하거나 명상, 아니면 자리를 떠나 환경을 바꾸게 하는 처방이 나오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이제 암기 위주의 의료지식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할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의사도 좀 겸손하고 서비스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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