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기에는 지구는 편편하고,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16세기 갑자기 이상한(?) 사람들(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등)이 나타나서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람(갈릴레오)를 감옥에 넣고 다음부터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으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갈릴레오는 자기 주장을 굽히고 감옥을 나오기는 했는데 나오자 마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고 두털거렸다고 한다.
만약 갈릴레오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우리는 배를 타고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비행기나 로켓같은 것은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고, 비행기를 타고 계속 가면 원위치로 돌아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19세기에 다윈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인간은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하여 진화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원숭이, 물고기 등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고 물고기라는데 분노하였기 때문에 진화론을 마음대로 주장할 수도 없었다. 지금도 진화론을 주장하면 동조하지 않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DNA를 보면 진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뇌과학에서도 진화의 흔적이 뚜렷하며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 없을 때 원숭이나 쥐를 두고 연구하여 인간에 적용하고 있다. 만약 진화론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고 인류는 휠씬 미개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20세기 프로이드는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행해진다고 주장했다. 뇌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순간순간 신경세포는 무수히 동작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므로 이런 주장이 당연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적이라는 데에는 불편해하고 있다.
프로이드의 무의식 개념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정신병 같은 질환은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많은 질병 치료가 종교의 영역에 머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신경망의 동작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 이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뇌과학에서 보면 나라는 것은 두뇌가 만든 것이다. 태어나서 아직 두뇌가 덜 발달된 상태에서는 우리는 나와 세상을 구분할 수가 없다. 생후 18~24개월이 지나야 나와 세상을 구분할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늙어 두뇌가 퇴화되면 나란 것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다. 즉 나라는 것은 두뇌가 만든 것이고, 두뇌 신경망에 따라 나라는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란 것이 변하기도 하고, 없다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확고부동하게 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란 것은 두뇌가 만든 것이다.
나란 두뇌 신경망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생기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면 불변의 나라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확고부동한 나라는 것이 있는 것으로 확신하지만 그 나라는 것은 시간을 두고 변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변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면 나라는 개체를 위해 행하는 인간의 행동이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개체의 후손이다. 우리 신경망은 나라는 것을 기반으로 종족보존과 개체보존을 위해 작동한다. 따라서 외부 환경이 보존에 유리하면 그런 동작은 장려되고 기분이 좋겠지만 보존에 위협이 되면 공포 반응이나 스트레스를 받아 그 환경에서 벗어나거나 환경을 바꾸려 시도할 것이다.
환경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환경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변할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것에 갇혀 살면 우리는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불변의 나를 중심에 두고 환경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려고 시도하면 우리는 영원히 고락을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란 것은 가변적인 것이다. 나란 것에 집착하지 않고 관련 신경망이 약해지면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고락을 일으키는 변연계가 동작하지 않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 나란 것에 갇히지 말자. 신경망에서 나란 것으로 동작하는 신경망이 얕아지면 얕아질수록 환경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일으키는 변연계는 언제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 쾌락도 아니지만 괴로움도 없다. 언제나 변연계가 조용한 평온의 상태이다.
나란 것에 갇혀 살지 말자. 고락의 감정이 나타나면 나란 것에 갇혀있음을 알아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