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nter" to skip to content

착한치매

JungTae Lee 0

어제께 친구가 치매노인의 영상을 하나 보내주었다. 음식에 소금을 넣어 간을 보는데, 처음 뜬 국자의 음식으로 간을 보면서 솥에 담긴 음식에는 싱겁다고 계속 소금을 넣는 치매환자의 영상이었다. 여러 친구들이 이 영상을 보고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였지만, 이게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가급적 걸리지 않게 예방을 해야 하겠지만 내가 걸리지 않는다고 어떻게 100%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치매는 두뇌의 손상에 의해 온다. 주로 해마에 손상을 입어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전두엽 치매의 경우에는 참을성이 없고 결정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손상을 입은 부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이 기억력 상실인데, 자신이 한 일을 돌아 앉으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자식을 잊어버리고 누군지 묻기도 하고 밥을 먹고도 돌아 앉아 밥을 안먹었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딸이 친정에 와서 지나가는 소리로 “엄마 아침 먹었어요?” 하고 물으면 아침을 먹고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안먹었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며느리는 아침상을 차려 드렸지만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시어머니 때문에 시누이와 올케간에 대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누이는 “아무리 우리 엄마가 밉지만 어떻게 엄마에게 아침을 주지 않을수 있나” 하고 따지고, 며느리는 “조금 전에 아침상을 차려 드렸는데, 설거지도 마치기 전에 아침을 주지 않았다는 누명을 쓰게 되니” 억울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치매환자를 모시는 일은 어렵다. 남자의 경우 판단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음식에 대단한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라는 일은 지독히도 하지 않기도 하고, 밉다고 벽에 똥오줌을 바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이 많은 일본의 경우 날마다 밤이면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지새우는 치매환자 부인을 돌보다가 지쳐 목을 졸라 죽이기도 하고, 자식이 치매부모를 죽이기도 하는 존속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떻게 부인을 죽이고, 부모를 죽일 수 있는가” 하는 비난을 할 수 있지만 치매환자를 모셔본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기도 한다. 어지간하면 부인을 죽이고 부모를 죽이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부모를 죽인 자식인들 순간적으로 저지른 실수 때문에 평생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치매환자는 대부분 모시기가 참 힘들지만 어떤 치매환자는 모시기 쉬운 경우도 있다. 소위 착한치매 환자다. 시키면 순한 아이처럼 시킨대로 한다. 세수를 하자고 하면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하라고 하면 얌전히 앉아 “감사합니다” 하고 식사를 한다. 옷을 갈아 입으라고 하면 옷을 갈아 입고, 자라고 하면 잔다. 착한 아이처럼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다니고, 보호자가 하자는대로 한다. 그래서 이런 치매환자는 돌보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치매환자는 초보자가 돌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양로원 등에 위탁하지만, 착한 치매환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말년에 가족을 떠나 외로이,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쓸쓸히 말년을 보내는 대부분의 치매환자와는 달리 착한 치매환자는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가족들도 힘들지 않게 모실 수 있다고 한다. 

치매를 피할 수 없다면 착한 치매에 걸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치매는 두뇌 신경망에 손상을 입어 생긴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태풍이 지나가서 등산로가 피해를 입은 것 같이 두뇌 신경망에도 태풍이 불어 신경망이 망가진 것이다. 평소에 거미줄처럼 등산로가 나 있었는데 태풍이 지나가면 많은 오솔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자주 사용하여 반들반들해진 등산로는 태풍이 지나가서 망가졌지만 그래도 일부가 남아 있다. 두뇌도 치매라는 태풍이 지나가서 많이 망가졌지만 평소에 많아 사용했던 신경망은 그래도 남아 있다. 즉 평소에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치매에 걸려 많이 소실될지라도 평소에 많이 사용하여 반들반들한 신경망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평소에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리더라도 착한치매가 된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감정에 크게 지배를 받는다. 상대가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평소에 감정이 좋지 않으면 그의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대의 말이 옳지 않더라도 평소에 호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구글에서는 “Yes and” 라는 운동을 벌린다고 한다. 무조건 상대의 말에 “Yes”로 반응하고 상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으면 “Yes but”이 아니라 “Yes and”, “예,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반응하는 것이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조건 상대의 말에 “Yes”로 반응하면 상대도 감정적으로 호감을 갖기 때문에 멀리 보면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치매에 걸리더라도 착한치매에 걸리게 연습해야겠다. “Yes and” 그리고 매사에 감사하자.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