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을 아주 빨리 먹는 편이다. 중학교 때 기차 통학을 하면서 만든어진 습관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 때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식사를 다 하고 숫가락을 놓으면 상대는 아직 반도 못 먹어서 난감할 때가 있다. 그래서 상대에 보조를 맞추어 먹어야지 하지만,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프로그램된 대로 아주 빨리 먹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프로그램된 대로, 습관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를 벗어나려면 알아차려야 하는데, 대화를 하면서도 빨리 먹는 나를 알아차려야 하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알아차리지 못하고 프로그램된 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빨리 먹는 신경망의 프로그램대로, 즉 그 프로그램에 갇혀 행동하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와이프의 간섭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간혹 있다. 나는 내비가 가르키는대로 우회전을 하려는 찰나 와이프가 좌회전 하라고 하면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 멈칫 하여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제발 순간적으로 운전에 간섭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해도 그 행동은 반복된다. 와이프도 프로그램된 대로, 습관대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 습관을 고치려면 그 순간에 자신이 간섭하려고 하는 습관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려면 그 순간에 간섭하려는 습관을 알아차려야 한다.
일전에 와이프 친구 부부와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 왔다. 그런데 대화를 가만히 주의깊게 들어보면 상당부분이 “너 어디 가 봤니?” “너 뭐 해 봤니?”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젊었을 때 해외 여행을 많이 해 보았어 해외여행을 갈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무덤덤하게 들었는데,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부러움으로 들렸을 내용들이었다.
우리들의 대화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많은 부분이 자기 자랑이나 자기 과시에 갇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상대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 도움은 커녕 부작용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배설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사이 늙은이들 사이에 손자 손녀 자랑을 하려면 돈을 내고 하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자기 자랑은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자기에게도 손해다. 감정적으로 나쁜 인상을 끼쳐 부작용만 낳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랑은 이렇게 해로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배설하듯이 자랑하고 있다. 이를 인정욕구라고 한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인 것이다. 먹는 욕구나 섹스에 대한 욕구와 마찬가지로 권력을 강화하려고 하는, 생존을 위한 강력한 욕구인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과식을 하면 건강을 해치고, 섹스에 집착하년 패가망신을 당하게 된다. 인정욕구도 과하면 인간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자기자랑을 하는 것일까?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된 대로 신경망이 동작하기 때문이다.
이를 벗어나려면 자랑하는 그 순간, 자신이 자랑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자랑하는 순간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를 놓치곤 한다. 이 습관을 고치려면 평소에 내가 자랑에 갇혀 있지 않은지,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신경망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