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는 수시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려주는 소리가 울린다. 꽃이 피는 계절이지만 봄 나들이는 생각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평소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3월이 지나도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도 초유의 일이고, 집에서 직장 일 하랴 아이들과 24시간 보내는 엄마들의 스트레스도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불실한 강의로 말이 많았을 것인데, 대안이 없으니 원격강의도 실시되고 있고, 일과 집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았을 원격근무도 많은 직장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실시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말썽도 많은 원격진료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여행, 항공산업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고, 문은 열었지만 파리 날리는 식당도 즐비하다. 회사의 어려움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을 마스크가 동이 나고 있다. 천만 다행인 것이 외국처럼 물품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으니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아직은 언제 마무리될 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 사태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완전히 박멸이 되어 끝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감기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백신을 맞고 예방하면서 지내는 삶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되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요식업은 예전처럼 손님이 찾아오고, 여행사는 옛날처럼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원격의료는 이전처럼 없든 일로 생각하고, 원격강의, 원격근무는 없던 일처럼 원상으로 돌아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혈압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똑같은 약을 처방 받던 환자가 전화로 처방받아 집 근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가 다시 옛날처럼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가는 일로 하루를 허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떤 강의는 다시 옛날처럼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겠지만, 고리타분한 우리 교수님보다 온라인에 있는 명강의를 듣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다시 옛날처럼 직장에 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장소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서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면 저항감이 생기지만 코로나와 같은 비상시국을 통해 무조건 도입된 시스템들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받아들여진 시스템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끌 수도 있다. GPS 기술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려주어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였다. 신용카드 사용정보나 CCTV 카메라 정보는 일부 확진환자들의 문제 행동을 걸러내는데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기술이 그렇지만 유용하게 사용하면 우리 인간에게 큰 도움을 주지만, 악용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GPS, CCTV, 신용카드 사용정보는 코로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지만, 독재자가 사용하면 우리를 24시간 감시하면서 새로운 지옥의 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눈여겨 보아야 할 사항이 또 있다. 이번 사태로 회사가 어려우니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 되면 이들이 다시 직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기업들은 사람대신 자동화를 선택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말썽도 많은 사람대신에 로봇을 쓰고, 온라인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구입해 본 사람들은 식당이나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태로 해고된 사람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소매 자영업자들이 무더기로 실업자가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아무런 대비도 없이 새로운 세상을 맞을 것이다. 지금은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