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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이해되지 않으면 가르치려 들지 말고,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구나 생각하자.

JungTae Lee 0

[나 보고 태극기 부대 집회에 나오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가 어릴 때에는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초본을 하나 떼려고 해도 동사무소 직원에게 점심값을 쥐어 주어야 했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으려면 커미션은 기본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경찰에게 잡히면 운전면허증 뒤에 돈을 꼬부쳐주어야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런 갑질은 없어졌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갑질이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사법부, 그리고 언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학에서 전산소장을 맡고 있는데 하루는 직원이 큰 일 났다고 전화를 했다. 검찰이 학생들 컴퓨터 실습실을 압수수색해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압수해 갔다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복사해서 사용하는 시절이었고 대학생들은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던 시대이었다. 그러니 컴퓨터실습실은 불법 소프트웨어의 온상이었고 증거가 여기저기 늘려 있는 판이었다. 그러니 대학당국에 소프트웨어 구입비를 책정해달라고 해도 나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였다. 그냥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왜 돈을 주고 사용하려고 하는가 하는 식이었다. 그래도 총장이 잡혀갈 수 없는 입장이니 전산소장인 내가 검찰에 불려 다녔다. 그 때 소문에 의하면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검찰에 물을 치면 조사를 나간다고 했고, 검사는 대학교수 정도는 만나주지도 않지만 큰 시혜를 배푸는 것처럼 불기소라는 처분을 했다. 그 때 검사에 대한 나의 느낌을 그대로 적는다면 “나는 너희들과는 다른 종족인데, 특별히 봐 준다”는 느낌이었다. 

검사, 판사는 고시에 걸린 사람들인데, 우리 사회는 고시에 걸린 사람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에는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 논리를 담당하는 부분,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 공감을 담당하는 부분 등이 있다. 고시에서는 언어나 논리를 담당하는 부분을 취급하지만 운동을 다루는 부분이나 공감을 담당하는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언어나 논리를 다루는 부분만 두뇌라고 하지 않고 운동을 다루는 부분도 두뇌의 일부분이고 공감을 다루는 부분도 두뇌의 일부분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축구를 잘 차는 손흥민도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이고, 상대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봉사자도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옛날 이조시대에는 붓글씨 잘 쓰는 사람을 과거시험에 등용하여 우리는 이들을 참 이상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몇 십년이 지나 언어는 대부분 인공지능에 맡기면 되는 시대에 우리 후손들이 우리를 보고 영어시험으로 인재를 뽑았다고 웃을지 모르겠다. 고시를 치려면 몇 년동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여 이들이 공감능력이 모라자는 사람들이라고들 하는데,  공감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판검사로 활동하는 것을 다시 검토해 보아야할 지 모르겠다. 

세상은 급변하여 옛날에는 갑질이 당연하였지만 이제 그런 것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검찰개혁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까지 절대권력자의 비리를 감시하라고 주어진 권력이 자기 집단의 갑질에 이용한다면 개혁되어야 한다. 즉 어떤 권력도 상호견제하며 감시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국민의 60~70 %가 검찰개혁에 찬성하지 않나 생각된다. 

옛날에 사립학교법 개정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즉 사립학교 이사회 멤버 중에서 외부인을 한 두 명 포함시키자는 취지의 법인데 세상이 떠들썩하였다. 평소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모르고 지냈는데 TV에 나오면 평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면 우리나라 교육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입에 거품을 품고 반대하였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사립학교 이사회에 외부인이 들어 오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TV에 나오면 오물을 본 것처럼 채널을 돌려 버린다. 유치원법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국민이 낸 세금을 사용하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고 그것이 어려우니 건물임대료로 꼼수를 쓰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도 나는 찬성한다. 아니 나는 지금 개정된 법이 참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특정지역에서 A정당이 51%, B정당이 49% 지지를 받았다면 지금처럼 A정당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B정당에도 대표권이 주어주어야 국민의 의사가 재대로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정된 법을 보니 많이 미흡하지만 그래도 워낙 반대가 심하니 단계적으로 나아가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나는 연동제 비례대표제를 찬성해 왔고, 유치원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검찰 권력은 견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론, 정치도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의 변화는 너무 미약하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기득권 세력은 조그만 자기 기득권을 사수하여 익숙한 갑질을 계속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농사지으면서 살던 관습에서 묶여있으면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나같은 늙은이가 젊은들이 이해되지 않으면, 그들을 가르치려고 들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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