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SNS에서 원자력에 대해 나와 다른 의견이 있기에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러니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어 다시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러니 무례는 물론이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이 돌아왔다. 이런 글을 읽으려니 화가 났다. 연애인들이 악플에 자살까지 한다는 사건이 이해가 되었다.
옛날에는 SNS에 글을 올리고 나면 “좋아요” 하는 반응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좋아요” 하는 반응이 많으면 뭔가 성공한 것 같이 뿌듯함을 느꼈는데, 그렇지 못하면 뭔가 실패한 것같이 침울하고 불행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한 것이 “내가 왜 여기 매달리고 있지, 이러다가는 행복하게 살기 어렵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려면 어떤 댓글에도 흔들리지 않을 내공이 있어야 하고, 아무도 내 글을 보지 않아도 계속 글을 쓸 수가 있어야 한다. 남의 반응에 매달리고 남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고,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
얼마전 수영장에 갔다가 수영 연습을 조금 오래동안 하다 보니 시간이 2시간 조금 넘은 적이 있었다. 수영장 열쇄를 반납하는데 시간이 5분 지났다고 담당 직원이 듣기 싫은 잔소리를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나는 그러려니 하고 내 할일을 하면 되는데 기분이 상한 것이다. 직원이 뭐라고 이야기해도 “예 알겠습니다” 하고 하든 대로 하면 되고, 그에 대한 감정의 찌꺼기가 조금도 남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엄마가 아들 둘을 키우는데, 매일 뛰지 말라는 소리를 달고 산다. 그런데 애들은 무심하게도 5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뛴다. 이런 일을 보고 있으려면 안타깝다. 애들은 아직 자제력을 발휘하는 신경망이 발달되지 않아 참지 못하고, 부모는 아래층에서 다시 올라올까봐 죄인처럼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이런 아들 둘을 키워본 엄마가 나중에 애들이 뛴다고 위층에 항의하러갈까?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그런 신경망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애들을 키워본 경험을 통해 조마조마하며 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없는 아래층 사람이 항의하러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도도 못참는다”고 해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내가 세상을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두뇌로 해석한다. 해석하는 신경망이 없으면 다르게 해석한다. 한 음식을 두고 남편은 싱거워서 못 먹겠다고 하고, 마누라는 “이게 왜 싱겁나 짭지?” 하고 해석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다를 뿐이다.
한 가지 현상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면 “그를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된다.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매번 항의하러 올라오면 “경험이 없으면 그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면 최선을 다해 그렇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그래도 항의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살면 된다.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휘둘리면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
행복하게 살려면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남을 최대한 배려해야겠지만 과도하면 “그를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하고 살든대로 살면 된다. 이런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존심을 자존감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자존심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고, 자존감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이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남의 반응에 크게 휘둘리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믿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높게 보기 때문에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자존감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자신을 믿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높게 보는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한다. 그래서 칭찬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아직 신경망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실수 투성이다. 그래서 대부분 부모들은 잘못을 지적하는데는 아주 능숙하지만 칭찬할 일은 드물기 때문에 칭찬에는 대단히 인색하다. 그러나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잘못한 일은 대부분 눈감아 주고 칭찬할 일이 있으면 침소봉대하여 크게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자신을 믿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높게 보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