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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

JungTae Lee 0

신종 바이러스 감기로 세상이 야단법석이다. 길거리에는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 일색이고, 전철에서 어쩌다 기침이라도 나오면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어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여행사는 울쌍이며, 사람을 모아야 하는 장사는 죽을 맛이다. 모두가 감기에 신경이 곤두 서 있고, 혹시 내가 감기에 걸려 죽을까봐 걱정이다. 

우리는 유독 죽음을 멀리하고자 한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님이 이웃 상가에 가셨다가 얻어 온 떡도 먹지 않았다. 어쩌다 죽음 이야기가 나오면 나와 상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멀리하려고 하고, 이야기를 꺼집어낸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 삶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죽음이 짙게 깔려 순간순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옛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내가 암이라도 걸리지 않았는지 걱정스러웠지만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암으로 판정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먼 길을 나서면 교통사고라도 날까봐 걱정이고, 입대한 자식이 있으면 전쟁이라도 날까봐 걱정이다. 모두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죽음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멀리하고자 하지만, 우리의 삶 밑바닥에는 죽음이 깔려있고, 죽음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죽음이 별것 아니라면 왜 신종 바이러스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암에 걸리는 것이 왜 그리 두렵겠는가?

인간은 두뇌로 세상에서 온 신호를 해석하여 세상을 이해한다. 신호를 해석하는 신경망이 없으면 세상에서 온 신호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가 없다. 세상을 해석하는 신경망은 대부분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죽음에 대한 신경망도 마찬가지다. 

죽음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죽음은 두렵고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죽음은 때로는 우리를 비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경험이 많으면 이에대한 신경망도 많이 형성되어 지혜롭게 대처할 수가 있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무수한 죽음을 경험하면 상가에서 가져온 떡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게 되고, 시체를 염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고 담담하게 다가온다. 암환자를 무수히 만나 암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암이 두렵지 않고 혹시 암에 걸리더라도 “같이 살다가 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는 평온할 때도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두려움없이 살아가려면 죽음을 극복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많은 경험이 쌓이면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을 때, 죽음 때문에 비급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죽음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진정 지혜롭게 살아갈 수가 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죽음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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