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산책을 가면 말 만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간혹 만난다. 어떤 경우에는 개가 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데, 주인은 “우리 개는 물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한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개는 주인을 물지 않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물지 않는지? TV를 보니 개에 물려 죽은 사람도 있던데? 그래서 산책을 할 때 혹시나 해서 등산용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개 주인은 나의 이런 감정을 알기나 할까?
30년 전에는 담배를 피웠다. 어려운 일이 있거나 답답할 때 담배 한 대는 꿀 맛이고, 한 대 피우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함을 느꼈다. 그런데 집에 오면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담배가 싫다고 담배 끊으라고 야단이다. 할 수 없이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좋은 담배를 왜 끊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외국에 1년간 머문적이 있었는데, 그 연구소에는 큰 빌딩의 최고층 구석에 한 평 남짓한 흡연실이 있었다. 담배를 피우려면 그곳까지 가야했는데 그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처량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짓을 하느니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하고 끊었다. 어언 담배를 끊은 지 수십년이 되었는데, 이제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담배냄새가 나면 구역질이 나고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가급적 멀리 돌아간다. 저 사람은 담배를 끊은 적이 없기 때문에 담배 안피우는 사람들이 구역질이 난다는 경험을 알 수가 있을까?
인간은 두뇌 신경망을 통해서 환경을 해석하고 반응한다. 그리고 이 신경망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경험이 없으면 신경망이 없고 신경망이 없으면 알 수가 없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안 피우는 사람의 고통을 알 수가 없다. 그저 자기와 비슷할 것으로 착각하고, “개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하고 생각하거나, “이 좋은 담배를 왜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경험하지 못하면 신경망이 만들어지지 않고, 신경망이 없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 자식이 고생없이 살기를 원한다. 고생없이 어떻게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겠나? 한 마디로 바보로 만들어놓고,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다. 사춘기때 싸워봐야 어떤 경우에는 싸우면 손해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험이 있어야 어떤 경우에는 믿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믿을 수 없다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키우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험을 얻을 수 없고, 경험이 없으면 신경망이 없으므로 올바르게 해석하고 반응할 수도 없다. 그래서 친구 보증 서 주고 집을 날리기도 하고, 사소한 싸움에 휘말려 감옥에서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래서 어릴 때는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어릴 때는 행복한 엄마 밑에서 자라야 긍정적이고 행복한 아이가 될 것이고,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을 따라 하기 때문에 모범이 되어야 하겠지만, 사춘기가 되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한다. 좋은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