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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신문 취재반, 간병살인, 시그마북스

JungTae Lee 0
우리는 고독사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중 50% 이상이 결국 고독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식은 결혼하여 분가하고 부부가 살고 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죽으면 결국 나머지 한 사람은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게 되어 있다.  자식이 한달에 한 두번 방문하는데 그 중간에 죽으면 결국 고독사하는 것이다.
한편 노부부가 함께 살다가도 한 사람이 치매에라도 걸리면 나머지 늙은이가 치매노인을 간병하게 되는데 이 때 간병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남편이 사랑하는 부인을 죽이기도 하고, 부인이 남편을 죽이기도 하며, 간병에 시달린 자식이 부모를 죽이기도 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일본의 경우, 살인사건 중에서 약 20%가 간병 살인이라고 한다. 즉 간병하다가 지쳐 동반 자살하거나 상대를 죽이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치매환자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치매는 두뇌에서 일정 부분이 망가져서 나타나는 병인데, 해마가 망가지면 기억을 못해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고, 안와전전두엽이 망가져 참을성이 없어지기도 하며, 수면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뇌간에 문제가 생겨 잠을 자지 않은 환자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잠도 자지 않고 밤을 지새기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욕설을 하거나 심하면 닥치는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악마 같은 행동을 하는 환자도 있다. 간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런 일이 하루 이틀에 끝나지도 않고, 매일 반복되면 지쳐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기도 하고 때로는 동반자살을 시도하거나 사랑하는 상대를 살해하고 평생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치매에 걸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악마가 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착한 치매가 되는 사람도 있다. 간병인이 시킨대로 순종하고 도와준 것에 대해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는 착한 환자도 있다. 아산병원의 나덕렬 교수의 환자 중에서는 치매에 걸려 자식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계산은 척척해 내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에게 물어 보니 할머니는 평생 슈퍼를 운영하셨다고 한다. 즉 평소에 자주 사용하여 강화해 둔 신경망은 반들반들하게 길이나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망가져도 남은 신경망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은 신경망은 치매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고집이 세고,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폭력적인 사람은 이런 신경망이 발달되어 치매에 걸리면 간병인에게 악마같은 사람이 되고, 지친 간병인이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잘 살아야 한다. 좋은 신경망을 강화시켜 두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합니다” 하고 살아 온 사람은 이런 신경망이 강화되어 예쁜 치매 환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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