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독립적으로, 문제 해결은 공동으로.
“이상한 정상가족”이란 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읽고 저자에게 전화를 했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저자는 기자로서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면서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과보호하면서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생각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장애아 문제, 동반자살이라는 미명하의 아동 살해, 혼외출산, 다문화 가족문제 등은 각자가 해결하도록 방관한다. 따라서 해결책도 없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 친구는 자기가 죽으면 정신병 아들이 어떻게 살지 걱정이고, 자신이 죽으면 자폐증 아들이 걱정인 지인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가 죽은 후에 아들이 어떻게 살지 걱정이어서 가능하면 재산을 많이 모아 자식에게 줘야겠다고 노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되는 것 같다. 그러나 부모가 죽은 후에도 국가에서 장애 아들을 돌봐 줄 것이라는 확신이 설때도 이렇게 걱정할까?
2014년 경기도 광주에서 생활고로 어린 자식(4세)과 함께 자살한 엄마의 기사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우리는 이런 사건을 동반자살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서도 자살일까? 동반자살이 아니고 자식을 죽인 살인 사건이 아닐까? 만약 부모가 죽은 후에도 국가가 어린 자식을 돌본다는 확신이 있을 때도 자식을 죽였을까? 이런 문제는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고 우리가 속한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답이 나온다.
얼마전 여대생이 출산하여 갓난애를 아파트 입구에 버린 사건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부모의 분노, 사회로부터 부도덕하다는 지탄, 미혼모로 아기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구조 때문에 아이를 버린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하지만, 태어난 아기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미혼모가 혼자서도 아기를 키울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하고 이에 대한 확신이 설 때도 이렇게 행동할까?
얼마전 흑인 혼혈 가수 박모씨가 TV에 나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는데 듣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팠다. 사회로부터 멸시 속에 문제아 중의 문제아로 방황하다가 가수로 성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이 다문화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멸시와 왕따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러한 사람이 3백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멀지 않아 다문화가족이 5백만인 시대가 될 것인데 이들을 이렇게 방치해도 사회가 안정되게 돌아갈까. 이제 사회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한국인으로 차별없이 받아들이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나를 중심으로 내가족, 내친척, 내동창, 내 종교집단, 내동향은 중요시하는데 반해 외집단에 대해서는 가혹하리 만치 내치는데 이런 자세로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일어난 울산 계모 학대 사건이나 고준희양 살해사건으로 계모 학대에 대해 사회적 지탄이 쏟아졌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라는 동요가 나올 정도로 학대 하면 계모를 연상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이혼율이 높아지고 계모 하에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데, 계모 학대 못지 않게 친부모의 학대도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훈육 차원에서 자식에게 매를 용인하는 편인데 실제로는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기 어렵다. 훈육 차원에서 매를 들거나 타이르다가 감정제어가 되지 않으면 바로 자식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우리는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는데, 상대가 원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훈육차원에서도 자식에게 매를 대지 않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우리는 어린 자식을 헌신적으로 기르고 과보호함으로써 사소한 일도 결정하지 못하는 마마보이로 기르게 되고 성인이 된 자식도 부모의 소유물로 착각한다. 그래서 정상가족 내에서도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이나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와같이 우리는 자식을 내 소유물로 착각하고 자식의 삶을 독립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개인이 부딪히는 장애아, 미혼모, 다문화가족 문제는 사회나 국가가 방치한 가운데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삶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고,문제점은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