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노인전문 병원에 화재가 나서 노인들이 결박된 채로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사람을 어떻게 결박해 둘 수 있는가”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런 환자를 돌봐 보면 그런 소리가 안나 올 것”이라고 항변한다.
치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폭력적인 환자는 결박하지 않고는 돌보기 어렵다.
잠을 자지않는 환자를 며칠만 간호해 보면 보호자가 잠을 자지못해 죽을 지경이 된다.
옷을 입혀두면 벗어 버리는 환자, 똥을 누고 그것을 벽에 바르는 환자,
계속해서 밖으로 나가려는 환자 등 여러 가지 환자가 있다.
나이가 들면 두뇌가 망가지는데, 망가진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해마가 망가지면 기억을 못하게 되고, 언어중추가 망가지면 말을 못하게 된다.
좌측 운동중추가 망가지면 몸의 우측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우측 운동중추가 망가지면 몸의 좌측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안와전전두엽이 쇠퇴하면 참지 못하는 환자가 되고, 변연계가 망가지면 감정 기능이 손상을 입는다.
즉, 편도체가 망가지면 공포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보상중추가 망가지면 행복감도 사라진다.
잠을 자기 않고 계속해서 밖으로 나가려는 환자를 하루 24시간 붙들고 있을 수도 없고
폭력적인 환자나 벽에 똥을 바르는 환자를 간호해 본 경험이 있으면 결박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편도체가 망가진 환자를 두고 보통 인간처럼 간호해야 한다고 보호자를 닦달하고
보상중추가 망가진 환자를 두고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간호하는 사람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일인가?
우리는 늙어 두뇌가 망가진 환자를 두고
보통 인간처럼 생각하여 보호자를 닦달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환자를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대가 되었다.
어디까지 인간으로 대접하고, 어디부터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신경망은 약한 부분이 먼저 망가진다.
평생 수퍼마켓을 운영해온 주인은 마지막까지 계산 기능이 살아있고
평소에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치매가 걸려도 누구에게나, 조그만 일에도 “감사합니다”하는 예쁜 치매 한자가 된다.
따라서 인간이 나이가 들어 망가지는 과정도
평소에 어떻게 살아 왔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